방구석 불만러
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서 OOO의 컨텐츠 소비일지라는 제목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후보들이 있었습니다. 30대(진) 개발자의 컨텐츠 소비일지, 한시가 급한 사람의 컨텐츠 소비일지, 취향없는 사람의 컨텐츠 소비일지, ... 여러 가지 후보들을 놓고 고민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회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의 여러 가지 특성을 살펴보게 되었고 그 특성 중 불만(?)이 조금 많은 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고 약간 자극적인 닉네임이면 좋겠다 싶어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불만이 많은 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티스토리도 노션처럼 / + @ 조합만으로 글 서식을 편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합니다. 물론 제공되는 단축키들이 있긴 한데 게을러서 자주 글을 쓰지 않고 기억력이 좋지 않은 블로거인 저는 단축키를 자주 까먹습니다. 노션처럼 외우지 않아도 / + @로 서식을 편하게 바꾸고 싶습니다. 이런 불만을 가지는 동시에 행동력은 없는 편이라 문의를 한다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거나 하진 않습니다... 말 그대로 방구석에서만 불만을 표출하는 것 같습니다.
또 최근에 금융 앱 뱅크샐러드에서 마이데이터가 계속 업데이트 안되길래 마이데이터 연동을 취소했다가 다시 연동하려니 자산 데이터가 계속 연동 안되길래 원인을 찾지 못하고 20분 정도 헤매다가 포기하고 토스를 켰습니다. 그때, 토스를 켜니 현재 마이데이터 최신화가 안되는데 은행 사에서 점검 중이고 언제까지 점검이 완료될 거라는 안내를 해주는 것을 보고 겪어보지 못한 친절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길로 바로 3년간 사용했던 뱅크샐러드는 (슬프지만?) 쿨하게 보내줬습니다.
나름대로의 불만이 참 많은 것 같은데 잘 표현하지도 않고 방구석에서만 표출하는 저의 특성을 반영하여 방구석 불만러라는 닉네임을 사용해보려 합니다. 이런 방구석 불만러가 불만 없이(?) 또는 불만 넘치게 소비한 컨텐츠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추천의 의미는 아닙니다. 정말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말 그대로 기억에 남는 컨텐츠를 소개하려 합니다.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소개하게 될 것 같습니다. 분야도 저의 관심사에 따라서 많이 바뀔 것 같고 일정 주기로 계속 작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개할 만 컨텐츠들이 또 모이면 (+ 저의 고질병인 블로그 게으름을 이겨낸다면) 작성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영화 : 웡카
저는 뮤지컬을 관람해 본 기억이 손에 꼽습니다. 누군가 뮤지컬을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1초의 망설임 없이 아니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뮤지컬 영화들은 재밌게 보는 것 같습니다(혼자 생각하기에 가격이 큰 요소인가 싶기도 합니다 🤔🤔). 여하튼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게 간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음악과 함께 인물의 서사가 소개되고 마술쇼 같기도 한 인물의 움직임들을 보면 두근 거림이 느껴집니다. (주연 후보에 티모시 샬라메와 톰 홀랜드가 있었다는데 둘 다 참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만) 티모시 샬라메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웡카의 서사는 저를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정말 영알못이지만😅) 전개에 살짝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나오자마자 3.8점이라 생각했습니다).
노래 : Official髭男dism - Pretender
https://www.youtube.com/watch?v=TQ8WlA2GXbk&ab_channel=Official%E9%AB%AD%E7%94%B7dism
사실 이 노래를 듣고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게 되었습니다. 전주만 들었을 때는 벅차오르는 애니 오프닝 주제가 같은 느낌이었는데 보컬의 목소리가 얹어지니 묘한 슬픔이 같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할 줄도 모르고 JPOP을 들어도 보통 가사와 뜻을 제대로 찾아보진 않고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듣자마자 이 노래는 가사와 뜻을 제대로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사와 비하인드 스토리(유튜브 고정댓글로 알게 되었습니다)까지 알게 되고 나서는 스스로 비련의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되는 듯한 망상을 하며 슬픔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밴드의 라이브 무대도 정말 너무 좋고 가사도 너무 좋았습니다. 흑흑ㅠ.. 못 들어본 분이 계신다면 한 번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담으로 JPOP에 관해서... 어렸을 때 애니콜 광고에서 처음 들었던 JPOP인 ellegarden - marry me 를 듣고 처음 JPOP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며 문득 생각나서 다시 한번 들어봤는데 다시 들어도 명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123668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저에게 소설가는 관심 밖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소설가에 대해서는 늘 궁금했습니다. 장편 소설을 위해서 수십 년 간 하루 1~2시간씩 매일 달리기를 한다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해진 시간만큼만 딱 글을 쓰는 그의 생각들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인상 깊은 내용들이 있었고 저의 업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꾸준함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갔는데 읽다 보니 소설가와 개발자에게는 맥락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저도 제품을 통해 제가 전개할 수 있는 세계가 있고 이 세계에서 저의 생각과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꽤 맥락이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약간의 억지일 수 있습니다 😅).
이를 계기로 제 업인 개발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직업으로서의 개발자라는 책을 쓴다고 생각해보니 더 많은 이야기 소재들이 생각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풋내기 개발자가 뭘 안다고 함부로 떠드는 거냐고 던지는 돌에 힘없이 맞아야할 뿐이라 실제로 책을 쓸 일은 없겠지만요. 조금 더 제 목소리에 신뢰가 생기게 된다면 업에 대한 저의 생각들을 공유해보고 싶어졌던 책이었습니다. 또 업에 대해 여러 가지 잡념들이 든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게임: 팰월드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623730/Palworld/?l=koreana
저의 약 40~50 시간을 삭제해버린 게임입니다. 엔딩을 잘 못보는 제가 엔드컨텐츠를 눈 앞에 두고 있고 끝낸다면 더 이상 즐길 게 없어져서 정말 아쉬울 것 같은 게임입니다. 마라로제 김치 피자 탕수육이라는 엄청난 별명을 가지고 있던데 오픈월드 + 몬스터 수집 + 건슈팅 + 서바이벌 이라는 성공적인 게임의 요소들을 엄청나게 조화롭게 섞어버려 익숙한 맛들의 환상적인 조합을 만들어내서 그런가봅니다. 저는 저 4가지 요소들 중 오픈월드 외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팰월드 덕분에 재미를 알아버렸습니다. 발매 8시간 만에 100만 장을 판매해버리더니 지금은 2000만명 가량이 플레이한 것으로 알려진 엄청난 게임입니다. 플레이 해보니 판매량이 이해가 가는 게임이었습니다(GOTY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친구들과의 열띤 토론도 있었습니다...). 게임 컬렉터인 저에게 간만에 게이머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게 해준 게임이었습니다.
주저리 열심히 떠들었는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또 소개할만한 컨텐츠들이 모인다면 다시 이 소재로 글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방구석 불만러 치고는 불만을 많이 이야기하지 않아서 서운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불만 대방출의 시간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서 없는 소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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