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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일기

달리기에 미친 사람

 제곧내입니다. 요즘 달리기에 빠져 있습니다. 유튜브며 인스타며 저의 피드에는 마라톤 이야기로 한가득입니다. 달리기를 하는 날이면 오늘은 어디로 뛸지, 어떤 속도로 얼마나 뛸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순간조차도 즐겁습니다. 그냥 진짜 미친 사람 같기도 합니다...

첫 마라톤이 끝나고 패션 러닝의 상징과 같은 허세샷을 찍어봤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 지 처음 시작은 두 달 전의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당시 친구가 기안84의 마라톤 이야기를 보고 와서 함께 도전(?)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다 서로 내가 너보다는 잘 뛴다며 내기 아닌 내기도 이야기하긴 했지만 흔한 술자리 남자들의 치기처럼 여기고 그렇게 잊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귀찮음을 무릅쓰고 친구들의 정보를 일일이 받아서 단체로 10km 코스로 신청해 줬습니다. 헬창호소인, 3대 500(진) 호소인인 저에게 유산소=근손실이라고 생각했기에 마라톤 준비 자체가 마냥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라톤 준비는 해야하니 5km를 처음 꾸역꾸역 뛰어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뛰자마자 제 머릿속에는 '괜히 마라톤 한다고 했다', '내일 하체해야 하는데 뛰고 나서 할 수 있나' 이런 생각들이 들다가 1km 즈음 되니까 너무 힘들어 아무 생각이 안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5km를 딱 찍고 뜀박질을 멈춘 순간, 심장은 너무 빨리 뛰고 얼굴은 뜨겁고 땀은 흐르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좋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짜릿함, 성취감 등의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정말 별 것 아닌 뜀박질인데 뭔가 해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느낌은 초심자에게만 주는 특별한 느낌일까 드는 의심으로 그 뒤 로도 몇 번 더 뛰었지만 저에게는 계속 이 초심자의 버프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런선배님들에게는 귀여운 수치지만...) 그렇게 한 달 동안 150km 정도 뛰다 보니 의심은 가버리고 달리기는 자연스럽게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비가 오거나 무릎이 아프거나 발이 아프거나 종아리가 뭉치거나 어떤 상황에서든 달리러 가는 저를 발견하고는 신기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며(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무슨 나이 타령이냐는 생각이 든다면 죄송합니다...) 뭔가 새로운 것에 열정을 발휘하는 경험 자체가 점점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며 이렇게 무엇인가에 빠져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저를 더 달리기에 빠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러닝화나 러닝 용품이나 대회 등 달리기 정보를 얻기 위해 러닝 커뮤니티를 많이 염탐했습니다. 그런데 달리기에 자기 철학을 들이밀며 그럴싸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하루키병이라고 칭하는 걸 봤습니다... 저의 앞서 열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생각하며 좀 뜨끔하긴 했습니다만...) 대단한 철학이나 생각이 있어서 달리는 건 아니고 보여주기식 패션 러닝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그래도 열정이 꺼지지 않게 계속 달려보려고 합니다. 그 열정의 장작으로 대회, 기록, 인스타 감성 얹은 보여주기식 패션 러닝... 등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즐겁게 달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TMI: 지금 이 글도 달리고 와서 쓰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며 근처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