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운다고 하지 마라
아직 청춘(?)이었던 캠퍼스를 거닐던 시절에 친한 후배 한 명이 지도 교수님과의 면담 중에 혼났다고는 하며 다가왔다. 다름 아닌 그 이유는 식사는 잘 챙겨 먹고 있냐는 질문에 '때운다'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약간 언짢은 표정의 후배와 나는 교수님의 엄격함에 대해 투덜거리며 교수님께서 미식의 나라 불란서에서 학문을 수양했기 때문이라는 등 이상한 추측을 하며 깔깔거렸다.
교수님이 조금 엄격하시긴 했지만 그 당시 좋은 의도의 말씀이라고 생각했던 건 분명히 기억난다. 매일 하루 3번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과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과 음식을 음미하는 순간들을 비하(비하라고는 안하셨던 것 같은데 표현에 대해서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하는 표현이라고 하셨던 것 같다.
사실 식사를 잘 챙겨 먹고사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먹을지, 언제 먹을지, 누구와 먹을지 이런 수많은 변수들 속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루 2~3번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거의 10년 동안 혼자 살았던 나의 식사는 내 선택에 의해서만 결정되기에 무조건 하루 2번씩이나 찾아오는 이 퀘스트는 꽤 번거롭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럼에도 꽤 괜찮은 선택지를 선택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곤 한다. 적당한 포만감과 괜찮아 보이는 영양소, 그리고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맛있었던 것 같은 미각의 기억(?). 그런 순간들을 위해 나는 식사를 때우지 않고 해야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맥락으로 위 표현이 생각났다. 회사원(+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메신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표현인 것 같다. 친구들도 종종 사용하는 이 표현들도 '때운다'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자조적인 농담(?)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교수님이 들으셨으면 한 마디 하셨을 것 같다.
나도 힘든 하루를 보낼수록 저 표현과 비슷한 생각이 들곤 하는 것 같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당연히 없지만 좀 더 주체적으로 표현(?),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도 열심히 하면 내일은 주말이다'(?) 정도로...
고로... 이번 주도 화, 수만 열심히 하면 목요일부터는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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