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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일기

526일 동안의 1일 1커밋

2022년 1월 15일에 시작된 나의 1일 1커밋 여정(?)은 526일을 지나 2023년 6월 25일 부로 종료했다. 별일 아닌 것 같은데 괜스레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꽤 큰 결심이었다... 이 1일 1커밋의 여정과 관련하여 가벼운 내 생각을 기록하고자 간만에 블로그에 로그인하게 되었다. 

2022년
2023년


1일 1커밋의 시작!

프로젝트를 맡게 된 날, 저녁 약속 자리에서..!

  2022년 초,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던 게 큰 계기였다(프로젝트라 말하기 애매한 부분들이 있지만 편의상 프로젝트라 표현...). 그 프로젝트가 나의 짧은 커리어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여담으로, 그 프로젝트를 맡을 사람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뭔가 내가 손을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 당시에 두근거림, 걱정 등 복합적인 감정에 심박수가 너무 뛰어서 워치에 심박수 알림이 왔었다...😂)

 

 여러모로 중요한 프로젝트였기에 조금 비장한(+ 조금 건방진..?) 마음으로 내가 이 프로젝트로 창업을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했었다. '내가 당장 이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상황이라면 무엇부터 할까?' 고민해보니 쉽지 않았다. 내가 이 프로젝트 맡게 된 이유와 내가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고민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그래도 꾸준하게 하는 건 괜찮게 하지 않나..ㅎㅎㅎ' 싶었다. 그렇게 1일 1커밋을 도전하게 되었고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하루에 1번이라도 IDE를 켜서 작업을  하게 되었다.

 

 물론, 1일 1커밋 시작 계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의 영향을 받은 청천향로라는 개발자 분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었다(이 분의 영상은 몇 년 전의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또한 하는 과정에서도 K리그 프로그래머 님의 글을 보며 더욱 1일 1커밋에 몰입했던 것 같기도 하다. 


 

1일 1커밋을 하면서

팀원 분이 합성해 준 당근 2주년... 😆😆

1일 1커밋을 하면서 좋았던 점을 대략 나열해 보면 아래 정도가 생각난다.

  • 작업량이 늘어난다.
    • 주말에도 (잠시더라도) 하루에 한 번 작업을 하다 보니 전체적인 작업량이 늘어난다.
    • 때로는 집중이 잘 되면 큰 feature 개발도 할 수 있다.
  • 개발 로딩 시간이 줄어든다.
    • 개발 로딩 = 개발하려고 맥북 켜고 나서 실제 개발 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
    • 원래도 집중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깊은 몰입 보다는 얕게 얕게 몰입을 잘하는 편이라 개발 로딩이 적은 편이긴 했지만 1일 1커밋을 하다보니,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개발 로딩이 줄어들었다.
    • 개발하기 전에 슬랙을 보거나, 노션을 보거나, 유튜브로 딴짓하거나 하면서 개발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든 느낌이 있다.
  •  무엇인가 매일 매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갓생 사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

 여러 가지 좋았던 점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에 적은 뿌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 뿌듯한 느낌에 중독되어서 이 기간 동안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스스로 내가 이번 회사를 퇴사하게 되는 순간까지 이 1일 1커밋을 멈추지 않겠다는 호기로운 다짐까지 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장점들에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계획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1일 1커밋에 지쳐갔다. 수~목요일 쯤부터 토요일, 일요일 동안 작업할 내용을 선정하고 약속이 있으면 어떤 시간에 할지 이런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우게 되었다. 이런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주말에 약속이 있을 경우 1일 1커밋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계획 세우기를 꽤나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급한 일이 생기거나 하면 계획들이 깨지기도 하면서 이런 상황들이 나를 지치고 불안하게 했다.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각보다 꽤 크게 다가왔다. 한 번은 밤 10시에 술 약속이 끝나고 후다닥 집에 들어와 밤에 급하게 작업해서 11시 50분쯤 커밋하고 뻗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여행을 가거나하면 (1일 1커밋을 하기 위해) 1시간 정도만 자유시간을 달라고 일행에게 말하는 것도 민망하고 유별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근데 유별난 사람은 맞는 것 같다...) 여러 상황들로 인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1일 1커밋의 긍정적 의도와 멀어져 가는 나의 1일 1커밋에 대해 고민해 보니 장기적으로 나의 개발 인생(?)에 부정적 영향을 더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2023년 6월 25일 일요일, 과감하게 1일 1커밋을 그만두었다. 물론 그 날도, 아침에 일어나서 작업할 시간도 있었고 그날 밤 10시에도, 할까 말까 수없이 고민했었지만 나를 위해(?) 과감하게 그만두었다. 이제는 어디 가서 1일 1커밋한다고 당당히 말을 못 하게 된 것은 너무 아쉽지만 이 틀에 얽매이지 않게 되니 정신적으로 꽤나 건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1일 1커밋을 그만두면서 주말 개발(?) 자체를 안 하겠다 까진 아니고 언제든 깨질 수 있지만 깨져도 괜찮고 꾸준히 매일매일 개발해 보자는 마인드로 살기로 했다. 1일 1커밋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하게 매일 개발해 보기를 잘 실천해 보기로...! 사실 그만 뒀다기 하기도 애매하지만 어쨌든 1일 1 커밋이 깨질 것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내는 나만의 퍼포먼스? 의식?이었다고 생각한다. 1일 1커밋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도 내 생각들도 많지만 이만 줄이고 다음에 또 작성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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