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일기

제대로 한 지

응애 나 아기 헬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이 밈을 들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제대로 한지는 1년이에요."

 
 이 말의 속뜻은 "나는 1년밖에 안 되는 구력이지만 이 정도의 몸을 만들어냈다"는 기만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면, "식단은 클린하게 탄단지 매크로 맞추면서 단백질을 비롯한 근합성에 필요한 영양소도 꼬박꼬박 채워주는 것과 더불어, 운동은 내 몸에 맞는 분할 운동법을 찾아서 꾸준히 한 지 1년이에요." 이런 느낌이다.  (여담으로 이 밈과 세트로 "잃어버린 N년" 시리즈도 있다. 저런 기만에 대한 리액션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인데 'N 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인가에 투자했지만 그 결과가 형평 없을 때 나무라는 의미'로 쓰는 듯하다.)
 
 처음에는 이 밈에 굉장히 찔렸다. 누군가 물어보면 진짜 구력을 말하지만, 종종 저 코멘트를 붙였던 것 같다. 근데 이 제대로 한 지 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은 정말 기가 막히게도 매년, 짧게는 몇 개월 단위로도 변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운동을 제대로 한 지 N 개월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운동 제대로 한 지 1개월쯤 되는 것 같다.
 
 

 여하튼 이 밈을 꺼내게 된 건 정말 뜬금없지만 기준과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나의 부족함을 느끼고 새로운 기준을 수립할 줄 알게 된 것 자체가 성장한 게 아닌가?' 하고 포장해볼 수 있으려나 싶었다. 그렇게 포장하다보니 이게 운동뿐 아니라 작게는 개발이나 업무부터, 크게는 지혜 같은 부분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지 않을까 혼자 생각이 들었다. 종종 몇 개월 전의 나의 코드를 보며 '왜 이렇게 짰지?' 싶을 때도 있고, 몇 개월 전의 끄적인 글에서 '내가 이런 생각도 했구나!;;' 싶을 때도 있다. 이런 글을 보며 부끄러움보다는 낯선 느낌(?)을 종종 느끼곤 한 것 같다. 
 
 이런 느낌을 받게 된 건 최근 ChatGPT 선생님 뿐 아니라 주변 분들한테 영감을 받거나 무엇인가 배우게 된 일이 자주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나의 제대로 한 지 기준은 갱신되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좋은 것 같다. 나는 제대로 개발한 지 N 개월 차 응애 개발자, 나아가서 제대로 산 지 N 개월의 응애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내 이야기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대 500에 대한 깔짝충의 고민  (3) 2023.07.05
526일 동안의 1일 1커밋  (2) 2023.06.28
소신과 홍대병 사이  (2) 2023.01.10
돈 쓰는 건 어려워  (4) 2022.12.25
2021년 회고록  (0)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