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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일기

돈 쓰는 건 어려워

"돈 쓰는 게 제일 쉽다"

돈쓰는게 제일 좋아

어릴 적 겟앰프드라는 게임에 용돈을 전부 쓰던 나를 보시고는 걱정이 많으시던 부모님께서는 '돈 쓰는 게 제일 쉽다'라고 자주 말씀해주시며 현명한 소비를 강조하시곤 하셨다. 온라인 게임머니보다는 도서 구입을, 오락실보다는 스포츠 용품을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는 방향으로 자주 말씀해 주셨다. 그렇지만 게임 생각밖에 없던 주인장(초딩 ver)은 용돈을 무조건 온라인 게임머니를 위해 틴캐시 구입에 사용했다(용돈을 온라인 게임머니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아시면 부모님께서 실망하실까봐 사용했던 실물카드는 주머니에 꼭 가지고 있다가 학교 쓰레기통에 버리던 매우 매우 부끄럽던 과거가.. 급 생각났다. 그렇지만 언제나 늘 걸렸다 😅). 종종 이벤트(경시대회 수상, 설날 세뱃돈 등)로 정기 용돈 외에 돈을 모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돈들로 당시 초등학생 치고 꽤 큰돈을 게임머니에 사용했다가 크게 혼난 적도 있었다.

격투게임 겟앰프드. 새로운 무기를 캐시로 살 수 있으며 하나의 무기당 5천원 정도 했으며 1주일에 하나씩 출시하는데 나는 모든 용돈을 겟앰프드에 사용했었다.

이런 나를 위해 부모님께서는 특단의 조치(?)로 책과 스포츠 용품을 산다고 할 때는 용돈 외로 얼마든지 돈을 주셨고 그 영향인지(?) 나는 중학교 때부터는 게임 외에 다른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곤 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게임과 거리두기가 가능했다(사이드 이펙트로 농구에 미쳐있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 소비 이야기를 하다보니 옆길로 새었는데 여하튼 돈쓰기라는 종목에 재능 있던 나는 대학 새내기가 되어서도, 군복학을 해서도, 사회인이 되어서도 돈 쓰기 재능러의 폼을 주변에 뽐내곤 하였다. 한 달 용돈의 절반 이상을 신발 하나에 사용 후 쫄쫄 굶기, 대외활동 상금 그대로 쇼핑에 사용하기, 기타 등등. 자연스럽게 무지성 소비 괴물요정이라고 불리우던 내가 최근에 문득 소비 태도가 많이 신중해졌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제는 돈 쓰는 게 어려워요..

자주 보는 쇼핑앱들

나의 신중해진 소비 태도를 보고 회고하다 보니 여러 가지 원인을 추측하게 되었다.

1. 이미 내 옷장, 집은 포화상태이다.
2. 생각보다 소비가 주는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깨달음?

정리해보면 이런 원인들이 떠올랐는데 1번은 글자 그대로, 분수에 비해 이미 너무 많이 사서 무엇인가 집에 들일 때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는건가 생각하게 된 측면이다. 옷, 신발, 액세서리, 향수, 전자제품 등 분수에 비해 이미 너무 많이 사제 껴서 사서 새로운 무엇인가 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가 싶기도 하다. 올봄이 끝나갈 때쯤, 투턱이 잡힌 와이드 핏의 워싱이 들어간 청바지를 사고 싶어서 쇼핑앱들을 구경하고 몇 개를 위시리스트에 넣어두었다. 그러다가 아침 출근길에 바지를 꺼내다가 내가 1순위로 생각한 제품과 정말 유사한 청바지가 이미 있는 걸 보고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내가 무지성으로 쇼핑했는지가 피부로 느껴졌던 순간이라 꽤 반성을 많이 하곤 했었다.

그리고 2번째 원인인 소비 만족감의 지속력에 대한 깨달음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던 부분인 것 같다. 한국에 갑자기 메종 키X네, 폴X, 아X 등의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가 좀 더 유행하던 것처럼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다(물론 정말 내 개인적인 체감이다). 이때, 백화점 할인이라는 복지를 사용할 수 있던 나는 남들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으로 위안 삼으며 그냥 무지 반팔티도 20만 원가량의 돈을 주고 구매하곤 했다(지금도 옷장을 보면 내가 잘 못 입는 거 같아서 아깝다 😭). 여하튼 그렇게 사둔 옷을 몇 번 입지도 않게 되고 금방 싫증이 나는 나를 보며 자연스럽게 소비에 신중해진 게 아닌가 싶다.


물건 선택(구매)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나름 신중해진 나의 소비 루틴은 아래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1. 무엇인가 필요한 게 있으면 그 품목의 유명 브랜드와 가격대, 대표제품을 비교해 후보를 추린다.
2. 추려진 후보들의 유튜브, 블로그 포스트, 공식 홈페이지 제품 사양 등을 읽어보며 내게 필요한 기능, 디자인 등을 정리한다.
3. 최종적으로 후보지를 선택할 때 쯤 정말로 내가 필요한 게 맞는지 최종 검토 후 결제한다.

거창하게 정리했지만 사실 특별한 건 없다...ㅎㅎㅎ 특별히 꼼꼼하지도 판단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라 매 단계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곤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친 결정들은 언제나 만족하며 쓰고 있다(ex. 노트북, 모니터, 가구 등).

헤드셋을 구매하기 까지 꽤 많은 영상과 포스트들을 봤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위보다 더 세부적이고 꼼꼼한 단계를 통해 소비를 하고 있다는 걸 구매리즘이라는 유튜브와 그 댓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언젠가 구매리즘 같은 내용을 작성하는 블로그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ㅎㅎㅎ 그런 날을 기약하며 나의 소비(?)루틴을 많이 훈련해서 발전시켜 나가봐야겠다. 뜬금없는 마무리지만 메리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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