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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일기

드디어 기어나온 (2021.05.08)

드디어 기어나온 사람


4달만에 일기를 쓰게 되었다.
2월은 노느라 게을렀고, 3,4월도 음... 바쁘긴했지만 조금 게을렀던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느라 바쁜 것도 있었지만, 충분히 시간을 내려면 일기를 쓸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쉴 때만큼은 컴퓨터를 조금 안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그러다가 2달 쯤이 지나니 다시금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씩 블로그 관리를 해보려고 한다.


밥값하기 어렵다

새 키보드. 좀 많이 귀여움


2달 동안 공부하고 따라가느라 애먹었다. 지금도 당연히 무지 그 자체긴 하다. 일하는 시간 중 8할 정도는 서치에 썼던 것 같다(그리고 생각보다 프레임워크나 언어의 공식문서들이 친절한 것도 알게 되었다...) 여튼, 그렇게 헤매는 시간이 많았고 당분간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 그리고 프레임워크 자체보다도, 아키텍처나 통신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걸 많이 느꼈다. 흔히 사용되는 Redis, Kafka, grpc나 아니면 서버가 돌아가는 방식 자체도 조금 모호하게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구글에 검색해보면 잘 정리된 자료가 쏟아지는데, 당연한 소리지만 그냥 훑어보는 것과 필요해진 상황에서 공부하는 건 정말 다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2달 전에는 env 툴들도 사용할줄 몰라서 헤맸던 내가 너무 부끄럽다...ㅎㅎ 지금도 부끄럽지만, 그 때는 얼마나 끔찍했을까싶다.

입사하고 2달 동안 정말 많이 배우고 꽤 많은 것들을 했다(아닌가...). 한 번은 몸살이 꽤 심하게 들어서, 병원도 갔다오곤 했다. 일하는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아 그거 해야하는데 ...' 그런 생각들이 많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거'를 하기 위해서 삽질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기에 그런 부분들이 스트레스가 꽤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 삽질들로 배운 것도 많았지만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다보니 많이 힘들었고 무리하게 된 게 아닐까싶다. 언제든 어떤 것이든 물어봐도 좋고, 혹여 혼자 찾아보고 싶더라도 30분 이상 찾아보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저 조언을 듣고 실천하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당장 생각나는 일화를 요약해보면 이렇다.

API 제대로 작성한거 같은데 왜 안되지?.. 하며 디버깅을 2시간 정도 함
> 삽질을 너무 오래한거 같지만 부끄러워서 한 10분, 15분 정도 본 척하며 여쭤봄
> json request 양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알려줌
> json request 어떻게 바꿔야할 지 또 1시간 정도 삽질했지만 다른 일하다가 잠깐 본 척 여쭤봄.
(나름 치밀하게 다른 거 커밋도 남김...)
> 결국 pr로 정답을 물어봄(너무 부끄러워서 죽고 싶었음)

욕심에 비해 능력이 없나하는 생각도 들고, 나 어디가서 서버 개발해요 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처음엔 저런 에피소드들이 생길 때마다, 처음이니까 모를 수 있고 한 번 알고 나면 절대 잊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저런 상황이 너무 자주 있었다.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잘하는 척, 아는 척을 그만해야하는데 진짜 너무 쉽지 않다ㅠ 아는 척을 하기 위해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소극적으로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러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고 나서, 내 무지를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 하지 않기로 했다. 6개월 후에는 밥값 하는 사람이 되겠다며...


그리고


꽤 지난 일인데 속상한 일이 있었다. 여러모로 무시를 당했는데 면전에 대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웃고 좋은 소리만 했다. 누가봐도 나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러고는 집가서 너무 속상했다. 진짜 욕이 목까지 올라왔...

여러 생각이 들곤 했다. 화를 참는 게 어른인가, 때로는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게 어른인가. 화를 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봐도 그 때 나름대로의 후회도 있었을 거 같다. 그냥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는 것도 짜증나서 잊으려했는데 자꾸 생각나서 친한 친구들한테도 이야기해버렸다. 내 상황에 이입해서 공감해주기도 하고, 잘참았다며 위로해주기도 하는데, 친구들한테 털어놓고 나서야 그 빡치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감정이 일주일 넘게 가서 정말 스트레스였는데, 그 순간으로 확 풀려서 고마웠다. 같이하는 스터디도 폐만 끼치다 그만두게 되어서 미안하기도 하다.

4달동안 진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다시 한달에 한 번 쓰는걸 목표로 하면서 그만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