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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일기

2021년 회고록

2021년은 나에게 있어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특히 업무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결정을 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고민들도 많이 했던 한 해였다. 그래서 틈틈이 적어둔 잡념 메모장과 기억들을 더듬어보며 한 해의 회고록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1일 1커밋 하시는 개발자분들 리스펙...

2번의 이직

나에게 있어 올 한해 가장 큰 변화는 IT 서비스 기업으로의 이직이었다.

이전에는 대기업 SI 계열사에서 SW Developer라는 직무로 1년 동안 업무를 했다. 주로 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고 광고/정산 서버를 주로 개발했었다. 다만 여러 가지 업무 환경에 있어 내가 생각한 ‘개발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회인으로서 성장하기에 괜찮은 환경이었지만 개발자로서 성장은 추구하기 어려웠다(보다 자세히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

그래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이직을 준비하다 보니 원래의 목표는 잊은 체 보다 좋은 처우를 찾기 바빴다. 이 때, 여러 회사의 신입 연봉들을 찾아보고 들으면서 이직 준비 중에 생각이 바뀌어버렸다(왜 그랬을까...). 그러다보니 결국에는 보다 처우가 좋은 대기업 SI 계열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약 1달 정도의 시간 동안 교육을 들었다. 교육을 듣다 보니 이전 회사랑 비슷한 일을 할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처음 이직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개발자’로서 보다 성장할 수 있고 내가 관심있던 서비스를 찾아서 지원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고 대부분의 관심있던 서비스는 경력직 공고만 올라와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식의 무지성 지원으로 2개의 서비스 회사에 지원했다 😵‍💫.

그런데 한 곳에서 면접의 기회를 얻었다. 솔직히 말하면 채용바가 높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곳이라 더욱 놀랐고 두려웠다. 그렇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회사 교육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저녁부터 시작해 잠을 줄여가며 면접 준비를 했다. 준비를 하는 시간들이 너무 즐거웠다. 회사의 기술 블로그와 오픈 소스들을 구경하는데 더욱 호기심이 가고 이 곳에서 일할 생각을 하니 솔직히 설레었다. 면접 경험 자체도 나의 쌉소리생각을 존중받고 의견을 공유하는 대화처럼 느껴지고 그 외의 사소한 부분들도 나를 더욱 설레게 만들었따. 그렇게 3번의 면접 끝에 합격통보를 받고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혼자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나는 당근마켓에 합류하게 되었다!

10개월 전의 웰컴 패키지인데 지금의 웰컴 패키지는 더욱 고퀄이 되어 있다 🥕

고민과 걱정이 많았던 한 해

그렇게 합류하게 된 당근마켓에서는 Rails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다. 기존에 계속 Spring으로만 일하던 내가 ‘Ruby On Rails 개발자로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Rails를 대학생 시절 CRUD로 찍먹만 해봤던 내가, 1000만 MAU(지금은 1700만 👻) 서비스의 Rails 서버 개발자로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생각보다 탄탄한 커뮤니티와 레퍼런스들, 그리고 휼륭한 팀원들(사탕 발린 말은 아니고 진심이다..ㅎㅎ 🍭) 덕에 Rails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극복했고 지금은 Rails로 개발하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RoR에 대해 한 가지 더 큰 고민이 있었다. 한국 개발자 채용 시장에서는 무조건 JVM 기반의 언어가 환대받는다는 점이었다. 흔히 말하는 네카라쿠배당토야의 메이저 서비스 회사들 대부분은 JVM이 백엔드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 잡은 듯했다. 주니어 개발자로서 Rails가 아니면 개발을 할 수 없는 RoR에 국한되는 개발자가 될까봐 걱정을 참 많이 했고 이런 고민을 팀원들이랑도 나눴다. 또 spring boot 프로젝트도 공부해보고 여러 서비스 회사들의 채용공고도 구경해봤다.

그 결과, 더 이상 이런 고민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Rails나 Spring이나 Django나 어떤 프레임워크든 제품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고 그 안에서 서로 상응되는 기술적 개념이 존재했다. 하나의 프레임워크에서 일정 수준에 달하면 횡이동은 쉽다는 정론(?)에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프레임워크로 일하게 될 날이 오더라도 개발 언어 때문에 거리낌을 느끼는 상황 자체가 스스로 개발자로서 만족스럽지 못할 거 같다. 그렇게 Ruby와 Rails를 좀 더 사랑하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훈훈한? 결말이 있었다...ㅎㅎ


올해의 좋았던 점

  • 건방짐..?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난 점이었다. 당근마켓에 처음 합류 했을 때는 특정한 상황이나 잘 모르는 지식들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었다. 그런데 올해 나름의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뭐 어때...” 하는 건방진 패기가 좀 생겼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기초적인걸 물어보진 않을까 걱정했다. ‘뭐야 이것도 몰라...’ 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엄청 걱정하고 이것저것 한참 찾아보고 나서야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너무 기본적인 것이 아니라면 ‘처음엔 모를 수도 있다’는 마인드로 해보면 된다고 생각하곤 한다. 어려울 것만 같은 일이 주어져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매우 건방진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이 마인드가 일하는 데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의외로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 질문 후에 필요한 개념들만 찾아보게 되어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구글링하게 되었다.

  • 업무 마인드


업무 마인드는 이야기할 포인트가 2가지 있다. 먼저, 예전 회사들은 솔직히 아침에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그리고 운동과 게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칼퇴는 당연한 거였다. 얼른 퇴근하고 운동 후에 집 가서 저녁먹고 게임하는 게 삶의 낙이었다. 그런데 당근에 오게 되면서 일 자체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게임과 멀어지게 되고(물론 아직 게임과 친분은 유지 중이다.. 😅) 일하는게 설레곤 한다. 누가 시키거나 압박을 주는 환경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서 찾아 하게 된다. 가끔씩 나의 이런 모습이 스스로 낯설기도 한다. 어쨋든 일을 즐겁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즐겁게 할 것은 확실하고 이런 마인드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한 해 였다.


그리고 업무 경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느끼게 된 것도 만족스러운 포인트다. 팀원 분과 이야기했던 여러 이야기들 중 기억남는 명언이 있다. ‘당근에서의 시간은 다르다..?’는 이야기였는데 개발자로서 당근에서의 시간 농도가 내가 혼자 공부했을 때의 시간 농도보다 확실히 짙었다...ㅎㅎ 돌이켜보면 약 1년동안의 당근에서의 업무 경험에서 배운 값진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SW 개발 외에도 프로덕 개발에 대한 마인드 등 여러 가지들을 많이 배우고 있다. 주니어 개발자에게 이정도의 트래픽에서 이정도의 자유도로 프로덕 개발이 가능한 환경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왜이러나 싶을 정도로 과해보이는 표현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느끼는 바는 이렇다! 😁).

어쨋든 값진 경험들로 업무에 대해 즐거움과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은근슬쩍 채용 홍보처럼 보이지만 그냥 개인 블로그에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이다...ㅎㅎ

  • 개발 바이블에 대한 신뢰


요즘 유튜브나 블로그들을 구경하다보면 개발자 추천 개발서적들이 참 많다. 과거엔 이런 서적들을 약간 의무감에 읽곤 했다. 책을 읽으며 '이 지식들은 2개월 유효기간을 지닌 휘발성 지식'이진 않을까 의심하며 많이 읽곤 했다. 실제로 그 때는 옳았고 지금은 다르다는 명언을 쓸데 없이 바이블을 보고 하는 건방진 생각도 하곤 했다. 그런데 클린 코드를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읽고는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함수 길이나 함수 구성 등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오는 깔끔한 코드에 대한 생각이 확실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변했고 테스트나 객체지향적 코드에 대해서 더 고민해보게 되었다. 조금은 눈이 트이진 않았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도 종종할 수 있게 된 것은 개발 바이블 덕이라고 생각한다. 루비로 배우는 객체지향 디자인, 클린코드 이 두 책은 정말 두고두고 볼 것 같은 책이다. 올해 읽기 정말 잘한 책이었다!

밥아저씨 밥멘...

올해 아쉬웠던 점

  • 일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웠던 포인트다. 일에 대한 집착 자체가 마냥 나쁜 거라고는 생각안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집착은 단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불필요한 집착이라는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염탐하며 혼자 신경쓰면서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 그런 상태이다. 팀 동료에게 미안해서 또는 책임감을 느껴서 등으로 이런 상황이 자주 있었다. 그러나 팀끼리 이미 담당자를 정해놓고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면 담당자가 주도적으로 맡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는데도 나의 이런 태도는 아쉬웠다. 혼자서 염탐하며 '아...' 하며 앓곤 했는데 장기적으로도 좋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혼자 있는 상황이면 괜찮으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종종 이런 태도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그 결과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건강에도 여러 적신호를 받곤 했다(지금은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다). 그래서 2022년엔 책임감을 느낄 부분과 그렇지 못할 부분을 구분해보며 조금 더 개선할 것이다! 🙏

  • 게으름


처음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을 때 어떤 일이 있어도 평일에 책, 사이드 프로젝트 등으로 매일 2시간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2020년엔 이 다짐을 충분히(그 이상..?) 잘 지켰다. 그러나 2021년 한 해는 이 다짐에 대해 조금 아쉬웠다. 특히 쓸만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 해에 하나 정도는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을 시작도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웠다. 바빴다는 핑계를 대지 않기로 했지만 자꾸만 이 핑계가 생각나는 건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게으름을 2022년엔 조금 더 극복해보고자 한다. 미리 사이드 프로젝트 주제도 혼자 생각해두었다! 여튼 2022년엔 게으름을 극복하려고 한다~!


회고록을 작성하며 내 글솜씨에 내가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ㅋㅋ..). 쓰면서 계속 '아 이런 표현이 아닌데.. 아 이 느낌이 아닌데...' 등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너무 개인적이거나 흑역사가 될 거 같은 부분들은 많이 자제했으나 흑역사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어쨌든 회고록을 적다보니 아쉬웠던 점도 있지만 뿌듯한 한 해였다는 생각은 변함 없는 것 같다. 내년 한 해도 이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마무리 해야겠다.

2022년 첫 해..!!